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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즐겁게 바쁘기

작성자 보노비스타(ip:124.60.83.22)

작성일 2021-02-26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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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내가 운동화 끈 예쁘게 묶는 법을 알아요"




그녀는 평생 서둘러본 적이라고는 없는 듯한 침착한 손가락으로

내 운동화 끈을 죄다 풀어내 첫 구멍부터 다시 꿰기 시작했다.

나는 현관 턱에 걸터앉아 그녀가 한 코 한 코 끈을 지그재그로

집어넣고 잡아당기고 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반복적이고 단순한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그녀의 정연한 손놀림과 가지런하게 열을 맞춰 올라가는

운동화 끈의 아름다움을 즐기게까지 되었다. 스윽, 스윽...



"다 됐어요. 봐, 아까보다 훨씬 단정하지요?"



둔감한 나는 그 때쯤 되어서야 알아차렸다.

그녀가 단정하게 다시 묶어주었던 것은 내 운동화 끈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틈틈히 쉬는 법을 익히세요.활기차고 바쁘게 사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마라톤 선수들도 수시로 물을 마시면서 뛰잖아요?

하루의 전쟁이 다 끝나고 침대에 누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

지금 한것 처럼 호흡을 센다거나 운동화 끈을 정성껏 묶는 다거나

찬물과 더운물을 번갈아 틀듯이 잠깐 잠깐씩 스스로를

그 '바쁨'속에서 건져내야 해요.

그것이 지치지 않고 바쁘게 살 수 있는 비결이에요."







일 특성상 정기적으로 저는 매주 열차나 차를 타게됩니다.

오늘도 여느 화요일처럼 허겁지겁함 마저 꾸준함인듯

열차역으로 달려나갔더랬죠.

성격상 열차 도착 10분전까진 도착해야 맘이 놓이는 탓에

더더욱 급하기만합니다.

열차가 들어오는 방향을 보며 발을 구르다

자리에 착석하기 전까지는 손에 쥔 콜라도 딸 겨를이 없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자리를 잡아 먹거리와 책을 자리에 셋팅하고 나서야

맘이 그나마 편해집니다.

오늘은 정신없이 손에 집히는데로 집어들고 나온 책이

올해 생일날 멀리서 동생이 보내준 생일 선물 책이더군요.

조급증에다가 활자 중독마저 더한냥

책 마저도 막 우겨 넣기 바쁘던 그 찰나에

시선을 찬찬히 만든 구절이 머릿속에 남아 글을 적네요.

아티스트 곽세라 씨의 여행 수필집 '인생에 대한 예의'중 한 구절이었습니다.


집앞을 나오며 햇살을 온몸으로 맞던 그 찰나.

그 골목을 달려나가며 피부에 닿던 내 발자욱소리 메아리의 떨림.

그 순간의 기억이 후에도 남아있었음에도

그순간에 즐겁게 바쁘지 못했던 제가 참 그렇고 그런놈이었습니다.

앞으론 불안하게 바쁘지 않고, 즐겁고 충만하게 바빠야겠네요

첨부파일 09101801221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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